느린 걸음도 발달입니다.

단순한 '따라하기'가 아니다: 자폐 스펙트럼의 모방 능력에 대한 이해

ABA 청라

모방은 단순히 다른 사람의 행동을 따라 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세상을 배우고 타인과 관계를 맺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 중 하나입니다. 아기가 부모의 표정을 따라 하며 사회적 유대를 형성하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과정을 떠올려보면 모방의 중요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분야에서 '모방 능력의 결함'은 오랫동안 중요한 특징 중 하나로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자폐 아동 및 성인은 모방을 잘 못하는 것일까요? 만약 그렇다면 어느 정도로, 그리고 왜 그런 것일까요?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기존의 연구들은 때로는 서로 엇갈리는 대답을 내놓았습니다. 어떤 연구는 자폐인의 명백한 모방 결함을 보고했지만, 다른 연구에서는 특정 상황에서 비자폐인과 비슷하거나 심지어 더 나은 모방 능력을 보인다고도 했습니다. 이러한 혼란을 정리하고 명확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 하버드 교육대학원과 보스턴 아동병원 소속의 연구자 로라 에드워즈(Laura A. Edwards)는 기존의 수많은 연구를 종합하여 분석하는 '메타 분석'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이 리뷰에서는 해당 연구를 통해 자폐인의 모방 능력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어떻게 깊어졌는지 살펴보고, 그 의미를 비판적으로 고찰해보고자 합니다.

 

[한눈에 핵심 내용 흩어보기]

인포그래픽: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모방 격차
평균적으로 ASD가 있는 아동은 모방 과제에서 비ASD 또래보다 0.81 표준편차 낮은 수행 능력을 보입니다. 이는 일반적인 발달 지연이 아닌, 해당 질환에 특화된 유의미한 결함임을 확인시켜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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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정보

  • 논문 원제: A Meta-Analysis of Imitation Abilities in Individuals With Autism Spectrum Disorders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개인의 모방 능력에 대한 메타 분석)
  • 저자: Laura A. Edwards
  • 출처: Autism Research, 7권, 363-380쪽, 2014년

왜 이 연구가 중요할까요?

모방은 인지, 사회성, 정서, 그리고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마음 이론, Theory of Mind) 발달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특히 아직 언어를 습득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모방은 정보를 전달하고 학습을 촉진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입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핵심 특징이 사회적 소통의 어려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의 모방 능력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교육적, 치료적 접근에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자폐인의 모방 능력에 대한 기존 연구 결과는 일관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불일치는 연구마다 '모방'을 정의하고 측정하는 방식이 달랐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이 연구는 총 53개의 기존 연구 데이터를 종합 분석하여 자폐인의 모방 결함이 실제로 유의미한지, 그 결함의 크기는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이것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만 특정적인 현상인지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고자 했습니다.

연구를 통해 무엇을 알아보았나요?

이 메타 분석은 크게 세 가지 질문에 답을 찾고자 했습니다.

  1.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가 있는 사람들은 비자폐인과 비교했을 때 전반적인 모방 과제에서 결함을 보이는가?
  1. 만약 결함이 있다면, 그 차이는 어느 정도인가?
  1. 이러한 차이는 연구 참여자의 특성(예: 자폐 증상 심각도, IQ), 검사 상황, 혹은 '모방'의 조작적 정의에 따라 달라지는가?

특히 연구자는 '모방'의 정의를 명확히 구분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하나는 행동의 형태(form)와 결과(end points)를 모두 정확하게 따라 하는 '충실도 높은 모방(high fidelity imitation)'이고, 다른 하나는 행동의 목표나 결과만 달성하고 그 과정이나 형태는 자신만의 방식을 사용하는 에뮬레이션(emulation)'입니다. 13 예를 들어, 장난감 상자를 여는 방법을 보여줄 때, 시연자가 손등으로 상자를 두 번 두드린 후 버튼을 눌러 열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충실도 높은 모방'은 손등으로 두 번 두드리고 버튼을 누르는 전 과정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고, '에뮬레이션'은 그 과정은 생략하고 그냥 손가락으로 버튼을 눌러 상자를 여는 것입니다.

연구를 통해 알게 된 것들

53개의 연구를 종합 분석한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 전반적인 모방 결함 확인: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비자폐인에 비해 모방 과제에서 평균적으로 0.81 표준편차만큼 낮은 수행 능력을 보였습니다. 14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함이며, 이러한 결함은 단순히 발달 지연 때문이 아니라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특성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자폐 증상 심각도와의 연관성: 참여자 그룹의 평균적인 자폐 진단 관찰 스케줄(ADOS) 점수, 즉 자폐 증상의 심각도가 높을수록 모방 결함의 크기도 더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지능(IQ)과는 무관: 흥미롭게도, 참여자들의 평균 IQ는 모방 능력과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 가장 중요한 발견 - 모방의 정의: 연구의 가장 핵심적인 발견은 '모방'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극명하게 달라진다는 점이었습니다.
    • 행동의 형태와 결과를 모두 따라 해야 하는
      • '충실도 높은 모방' 과제에서는 자폐 그룹이 비자폐 그룹에 비해 상당한 결함을 보였습니다.

    • 반면, 행동의 결과만 달성하면 되는
      • '에뮬레이션' 과제에서는 두 그룹 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 기타 요인의 영향은 미미: 과제를 직접 보여주는지(live) 영상으로 보여주는지, 행동이 익숙한 것인지 새로운 것인지, 과제를 수행하는 장소가 익숙한 곳인지 등 다른 변인들은 모방 능력 차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20

이 연구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은?

이 연구 결과는 자폐인의 모방 결함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할지'를 그대로 따라 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21 즉, 행동의 목표(상자를 연다)를 파악하는 능력은 손상되지 않았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사회적으로 제시된 특정 방식이나 절차(손등으로 두드리기)를 그대로 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입니다.

이는 '과잉 모방(overimitation)'이라는 개념과 연결 지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비자폐 아동들은 종종 목표 달성에 불필요해 보이는 행동까지도 그대로 따라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시연자와의 사회적 관계 형성, 소속감 확인 등 사회적 동기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 연구 결과는 자폐인들이 이러한 사회적 동기에 기반한 '형태'의 모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합니다.

교육 현장에서는 이 결과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단순히 과제의 성공 여부(결과)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사회적 상호작용 속에서 다른 사람의 행동 방식을 관찰하고 따라 하는 '과정' 자체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것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연구의 한계는 무엇이었을까요?

이 메타 분석은 매우 중요한 통찰을 제공했지만, 몇 가지 한계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 첫째, 자폐 증상 심각도와 모방 능력의 연관성을 분석했지만, 해당 데이터를 보고한 연구의 수가 적어 결론을 일반화하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 둘째, 분석에 포함된 연구 대부분이 참여자들이 이전에 어떤 교육이나 중재를 받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관찰된 모방 결함이 교육을 통해 개선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답을 주지 못했습니다.
  • 셋째, 이 연구는 "모방할 수 있는가?(can imitate)"를 묻는 유도된 모방 과제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자발적으로 모방을 사용하는가?(do imitate)"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기 어렵습니다.

무엇을 생각할 수 있는가?

이 연구는 '자폐인은 모방을 못 한다'는 막연한 통념을 넘어, 어떤 종류의 모방에서 어려움을 겪는지를 명확히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자폐인의 어려움은 목표 지향적 문제 해결 능력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 속에서 타인의 불필요해 보이는 행동 양식까지 그대로 따라 하는 '사회적 모방'에 있을 가능성을 강력하게 제시합니다. 이는 자폐의 핵심을 인지적 결함보다는 사회적 동기나 사회적 정보 처리 방식의 차이로 이해하려는 최근의 흐름과도 일치합니다. 또한, 자폐 증상의 심각도가 모방 결함과 비례한다는 결과는 이 문제가 자폐의 핵심적인 특성과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줍니다.

무엇을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가?

이 연구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바로 우리가 '모방'을 가르칠 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만약 우리가 결과 달성만을 강조한다면, 아이는 에뮬레이션 능력은 갖출지 몰라도, 또래와 어울리고 사회적 관습을 배우는 데 필수적인 '충실도 높은 모방'의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또한, 지능(IQ)이 모방 능력과 관련이 없다는 발견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모방의 어려움이 단순히 '머리가 나빠서'가 아님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우리는 지능이 높은 자폐인이라도 사회적 모방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이들의 어려움을 인지적 능력 부족으로 오해해서는 안 됩니다.

마지막으로, 일부 연구에서는 '충실도 높은 모방'에서도 자폐인들이 결함을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는 특정 조건이나 환경이 갖추어지면 자폐인들도 충분히 정확한 모방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앞으로의 연구와 현장에서는 어떤 사회적 맥락과 교육적 지원이 이들의 '사회적 모방'을 촉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찾아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 연구는 그 여정의 중요한 이정표가 되어 줍니다.

 
아이의 긍정적인 변화는 '함께'라는 믿음에서 시작됩니다.
청라ABA아동발달연구소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전문성과 따뜻한 마음으로, 우리 아이의 소중한 한 걸음 한 걸음을 응원하며 걷겠습니다.

문헌 정보

Edwards, L. A. (2014). A meta-analysis of imitation abilities in individuals with autism spectrum disorders. Autism Research, 7(3), 363–380. https://doi.org/10.1002/aur.1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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